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1장

 

ㆍ여성과 픽션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는데, 자기만의 방이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시겠지요?

 

ㆍ성에 관한 문제처럼 논쟁거리가 될 만한 주제를 다룰 때면 누구든 진실을 그대로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저 어떤 의견을 갖게 된 과정을 밝힐 뿐이지요. 지금 우리가 말하는 픽션은 때로는 현실보다 더 많은 진실을 담기도 한답니다. 

 

ㆍ'나' 역시 실존하지 않는 누군가를 쉽게 일컫기 위해 고른 낱말일 따름이에요. 이제부터 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말은 모두 거짓이지만, 어쩌면 얼마간의 진실이 섞여 있을지도 몰라요. 진실을 찾아내고, 그 내용이 기억할 만한지 판단하는 건 여러분 몫이에요. 

 

ㆍ소설가들은 하나같이 점심 모임이 늘 재치 있는 말이나 지혜로운 행동으로 기억에 남는 시간인 양 묘사하는 묘한 버릇이 있어요. 

 

ㆍ정말 진실은 무엇이고 환상은 무엇일까요?

 

 

 

 

2장

 

ㆍ우리는 우리가 받는 모든 인상 가운데서 주관적이고 우연한 요소를 걸러내고 그 정수만, 정제한 진리의 기름만 취해야 해요. 

 

ㆍ필요한 건 해답이지 질문이 아니었어요. 해답을 얻으려면 혀로 비롯된 싸움과 육체가 일으키는 혼란을 극복하고, 논리적 판단과 학문적 탐구의 결과를 책으로 남긴 박식하고 편견 없는 이들에게서  도움을 받아야 해요. 

 

ㆍ현명한 남자는 무엇이든지 분명하게 말하는 법이 없지요. 

 

ㆍ나폴레옹은 여성을 교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ㆍ여성과 남성의 삶은 모두 고되고 힘겨운 끝없는 투쟁이에요. 살아가려면 엄청난 용기와 힘이 필요해요. 그리고 착각의 동물인 우리 인간은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답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우리는 요람 속 갓난아이와 다를 바가 없어요.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이런 자질을 가장 빨리 만들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다른 이들이 자기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그들은 더 이상 커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ㆍ지금 이 순간은 어떤 재능이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더라도 결국 그런 가치는 변할 테고, 한 세기 뒤에는 틀림없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저는 집 앞 계단을 오르며, 1백 년 뒤 여성은 보호받는 존재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필연적으로 여성은 한때 여성을 거부하던 모든 활동과 직무에서 제 몫을 담당하게 될 거예요. 아이 보는 하녀가 석탄을 운반하고, 가게 주인 여자가 기차를 운전할 거예요.

 

 

 

3장

 

ㆍ픽션은 거미줄과 같아서 약하게나마 삶의 네 귀퉁이에 붙어 있답니다. 

 

ㆍ역사란 본래 비현실적이고 편향적이기에 종종 조금은 기이하게 보이기도 한다. 

 

ㆍ문학은 타인의 생각을 비이성적일 만큼 신경 쓰다가 파멸한 이들의 잔해로 가득하답니다. 

 

 

 

 

4장

 

ㆍ우리는 <빌레트><애마><폭풍의 언덕><미들마치>와 같은 좋은 소설들이, 점잖은 성직자 집안에서 일어날 법한 ㅇ리이 인생 경험의 전부인 여자들이 그 점잖은 집안 거실에서 쓴 작품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요. 

ㆍ소설을 만드는 형태가 돌과 돌이 아닌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소설은 우리 안에서 상반되고 대립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지요. 삶은 삶이 아닌 무언가와 갈등으르 일으켜요. 그러므로 소설에 대해서는 어떤 합의도 이루기 어려우며, 우리는 각자의 편견에 크나큰 영향을 받지요. 

 

 

 

 

5장

 

ㆍ 세상이 얼마나 거대하고 다채로운지 생각하면 두 가지 성별로도 충분치 않은데, 하나의 성만 존재한다면 어떻게 세상이 유지되겠어요?

 

ㆍ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들에 좌우돼요. 시는 지적 자유에 좌우되고요. 그리고 여성은 지난 2백년뿐만 아니라 세상이 열린 이래 줄곧 가난했어요. 여성의 지적 자유는 고대 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도 못했어요. 그러므로 여성이 시를 쓸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지요. 그것이 바로 제가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하는 까닭이에요.

 

 

 

6장

 

ㆍ마음의 조화란 무엇을 뜻할까요? 마음은 언제 어디서든 집중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상태에 머무르지 않는데 말이에요. 예컨대 마음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따로 떨어져서 위층 창문에서 길 위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은 그들과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ㆍ위대한 마음은 양성이다. - 콜리지

 

ㆍ첫 문장은, 자신의 성별에 대한 생각은 글을 쓰려는 모든 이에게 치명적이다. 

 

ㆍ현실성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요? 그건 아마 대단히 변덕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무언가를, 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나 거리에 버려진 신문지 조각들, 햇빛을 받는 수선화 등 그때그때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무언가를 뜻하는 듯 해요. 

 

ㆍ저는 대체로 여성을 좋아해요. 여성의 비관습적인 면이 좋아요. 여성의 완벽함이 좋아요. 여성의 익명성이 좋아요. 

 

ㆍ우리가 매달릴 수 있는 팔은 없으며 혼자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현실성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지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세상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당당히 직면한다면 언젠가 기회는 찾아올 거에요. 

 

 

 

ㆍ상상력의 발목을 잡는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내가 나로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기만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