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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 조지 엘리엇

by mubnoos 2022.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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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march

사랑과 결혼과 선악에 관한 이야기 - 이 책은 ‘미들마치’라는 가상의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결혼과 야망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 조지 엘리엇은 책에서 19세기 영국의 결혼, 여성의 지위, 정치, 종교 등을 다룬다. 스토리는 크게 도로시아와 커소번, 로저먼드와 리드게이트, 프레드와 메리, 도로시아와 레이디슬로라는 네 쌍의 남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소설에서 사회적 조건에 구속되는 현실을 그리면서도 그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도로시아라는 여성을 통해 결혼과 선악이 무엇인지를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서곡 _ 5

 

ㆍ인류의 역사라든가, 인간이라는 불가사의한 선악의 혼합이 세월의 갖가지 시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치고 성 테라사의 생애에 잠시나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ㆍ그들의 열정은 막연한 이상과 여성이라면 흔히 갖는 동경 사이를 방황했는데, 전자는 터무니없다는 후자는 타락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들이 이처럼 잘못투성이의 서투른 삶을 산 것은, 조물주가 고약하게도 여성의 본질을 분명히 정해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만일 여성의 무능의 정도를, 이를테면 셋 이상의 수는 세지 못한다는 식으로 엄격하게 한정할 수 있다면, 여성의 사회적 운명도 과학적 확신을 가지고 취급할 수 있을지 모른다. 모호함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리고 그 편차는, 여성의 머리 모양과 여성이 좋아하는 시와 산문으로 된 러브 스토리는 모두 같다고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여기저기 흙물 연못에서 한 마리의 백조 새끼가 오리 새끼와 불편하게 자라지만 물갈퀴를 가진 종류끼리 어울리는 살아 있는 흐름을 발견할 수 없다. 여기저기서 한 명의 성 테레사가 태어나지만 아무것도 창설하지 못한다. 선을 이룩하지 못한 뒤 그녀의 가슴 떨림과 흐느낌은 어떤 오래 기억될 만한 행위에 집중하기보다 방해 속에서 흔들려 사라져 버린다. 

 

 

 

 

 


제1권 브룩 양 _ 11

 

ㆍ저는 여자라서 선을 행할 수 없으니 선에 가까운 무언가로 끊임없이 다가갑니다. 

 

ㆍ한편으로는 영원히 구제되느냐 마느냐에 관계되는 신앙생활의 문제에 마음을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레이스 장식이라든가 부자연스럽게 단 옷주름에 골몰하는 그러한 모순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ㆍ강렬한 것이나 위대한 것에 마음을 빼앗길 경우, 그녀는 그와 같은 성질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되면 무엇이든 무조건 받아들이려고 하는 무모함이 있었다. 

 

ㆍ아무리 종잡을 수 없이 산만한 사람일지라도 뭔가에 집착하는 버릇은 있는 법이다. 

 

ㆍ여자가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보호막은 자기 의견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ㆍ외부에 나타난 모습은 내부의 정신을 드러내는 일종의 문장이랄까, 시계로 말하면 문자판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인간의 정신이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ㆍ남자가 최상의 사람을 손에 넣고자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척하는 독신자가 있다면 그야말로 위선자일 것이다. 

 

ㆍ유감스럽게도 도로시아는 이와 같은 생활의 만족으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종교적 기질이 강렬해서 그것이 그녀의 생활을 압박하는 일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대체로 열렬하고 이론적이며 지적으로 조리 있게 생각하는 성질의 일면을 나타내는 데 불과했다. 

 

ㆍ그녀에게 매력 있는 결혼이란 그녀를 자신의 무지에 내둘리고 있는 소녀의 상태에서 해방시켜 더없이 장대한 길로 이끌 사람에게 자진해서 따를 자유를 주는 그러한 결합을 의미했다. 

 

ㆍ아마도 우리는 지각과 어리석음의 차이를 항상 구분하지는 못할 겁니다. 

 

ㆍ저도 제가 뭔가 생각을 하지 않고 생활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 생각을 뒷받침할 훌륭한 이유가 필요해요. 

 

ㆍ인간 세상은 틀에 끼워서 만들어진 게 아니야. 자로 재서 치수대로 재단한 게 아니란 말이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만, 그게 오헤려 너나 네 자식들에게는 도움이 될 거다. 솔직히 말하면, 난 나를 결혼이라는 함정에 빠뜨릴 만큼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없어. 정말 함정이지. 그리고 기분, 기분이라는 것이 있거든. 그래서 남편이라는 작자는 주인 얼굴을 하고 싶어 하는 법이지. 

 

ㆍ아무리 시시한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좋은 습관이 있는 법이야. 

 

ㆍ벼락부자 같은 작가들은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할 때의 계획에는 들어 있지 않았을 게 틀림없다. 그들이 하는 말은 귀를 더럽힐 뿐이다. 

 

ㆍ인간은 남자든 여자든 하루에도 수없이 낙심한다. 눈물을 참고 입가가 다소 창백해 보일지라도 누가 뭐라 물으면 '아무 일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자존심이 우리를 돕는다. 남에게 상처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의 상처를 가리려고 할 때라면 자존심은 나쁜 것이 아니다. 

 

ㆍ기쁨과 멜론은 철을 기다려야 한다. - 이탈리아 속담

 

ㆍ마음이 편협한 사람은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지 못한다. 

 

ㆍ여자는 결혼한 뒤에 유순해지고 싶으면 결혼 전에 지시를 해야 한다. 남자나 여자나 인간은 자기 고집을 주장할 때 실책을 범하기 쉬운데, 그렇게 하면서까지 자기 고집을 피운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ㆍ삼라만상은 아직 불러 주지 않았다. 카이사르의 운명조차도 한때는 장대한 예감밖에 없었다. 확실히 모든 발전은 가장무도회같은 것이라서, 장래에 사람들 눈에 띌 형태가 있는 것일지라도 무력한 애벌레로 몸을 분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이 세계는 유망한 추론들 그리고 가능성이라 불리는, 훌륭하긴 하나 모호한 알로 가득차 있다. 

 

ㆍ냉엄한 인생사는 철학적으로 직면하여 과학적으로 음미해야 하듯이, 못생긴 여자도 이와 마찬가지로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ㆍ숨은 헐떡이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야망과 막연한 희망에 사로잡혀 불었다. 

 

ㆍ필요하면 체념이라는 양념만 추가하면 얻을 수 있는 듯했다. 냉소적 신랄함을 쏟아내는 명석한 자질은 계속 새로워졌고, 그녀가 자족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족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격렬하게 표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 태도를 완전히 감추지 않았다. 

 

 

 

 

 

 


제2권 늙은이와 젊은이 _ 211

 

ㆍ말은 하는 사람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게 마련이지요. 

 

ㆍ나는 인간 운명의 실체를 밝히고 그 운명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는 것에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빛을 이 특별한 그물에 집중해야 하고, 우주라고 불리는 관련성의 유혹적인 영역에 그 빛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 

 

ㆍ신부인 듯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기대를 받던 예쁜 소녀가 가난해 시집도 못 가고 죽었다고. 

 

ㆍ신부의 솔직함은 다른 사람의 판단을 미리 방지하려는 불편한 의식에서 나온 역겨운 종류의 것이 아니라, 단순히 될 수 있는 대로 가식을 적게 하면서 실행하기를 바라는 열망의 강조인 듯 했다. 신부는 자기가 편하게 말한 것이 미숙하게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서 이내 말을 돌렸다. 

 

ㆍ인간은 단순한 기계도 아니거니와 원자가 우연히 결합한 것도 아니라고 반드시 말하는 것이었다. 

 

ㆍ언어는 그림에 비해 더 풍부한 이미지를 주고, 그 이미지는 막연하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거야. 결국 진실을 보는 건 마음의 눈이야. 

 

ㆍ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자기 힘으로 배워야 합니다. 

 

ㆍ인간은 모두 도덕적으로 우둔하게 타고나서, 이 세계가 우리의 덧없이 귀중한 자아를 키워 주는 유방이라고 생각한다. 

 

ㆍ잡다한 것을 맛보고 즐긴다는 것은 줄곧 비교를 하는 일이 따르기 때문에 마음이 유연해집니다. 그리고 세계사의 각 시대를 서로 간에 근본적으로 유대를 갖지 않는 상자나 뭣처럼 구분된 것으로 간주하는 오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ㆍ동정을 철저히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선량함 때문에 불행해져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훌륭한 사람이 아니게 하려고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최고로 경건한 태도는 기뻐하고 즐기는 것입니다. 즐길 수 있을 때는 말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당신은 살기 좋은 천체라는 이 지구의 평판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힘껏 이바지하는 것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기뻐하고 즐기는 일은 빛을 떨칩니다. 세상일 전부를 걱정하려고 애써 봤자 그건 쓸데없는 짓입니다. 

 

 

 

 

 


제3권 죽음을 기다리며 _ 387

 

ㆍ우리는 특별히 뭔가를 남에게 부탁할 때, 아는 사람들을 쭉 떠올려서 그들의 좋은 점은 더 칭찬하고 사소한 무례함은 너그럽게 용서해, 내가 이렇게 신세를 지고 싶어 하니까 이 열의는 다른 열정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전해져 그들도 열심히 내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ㆍ남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데,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세상의 유익한 일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견딜 수가 있지요?

 

ㆍ덮어놓고 이것저것 대접하면 도리어 피곤해지는 법이다. - 파스칼

 

ㆍ자연 그대로의 순간은 가벼운 깃털로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결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제4권 세 가지 사랑의 문제 _ 545

 

ㆍ노아의 방주에 탔을 때, 각각의 암수는 속으로 다른 것들을 비난하며, 배에 실은 한정된 먹이를 이렇게 많은 것들이 먹는다면 자연히 각자의 배당은 적어진다. 아무도 봐도 이 정도의 종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ㆍ안전히 선이란 어떤 것인지 모른다 할지라도, 또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래도 여전히 완전한 선을 구한다면, 악을 물치는 성스러운 힘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빛을 닿는 곳을 넓혀서 암흑과 싸우는 범위를 좁힐 수 있는 거예요. 

 

ㆍ사정을 아는 사람의 눈에 띄는 바람에 하나의 파국의 개막을 알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태양에서 행성의 발생 과정을 바라보고 있던 대천사 유리엘에게는 어느 것이나 똑같이 우연의 결과로 보였을 것이다. 

 

당신의 종교는 무엇인가요? … 종교에 대해 어떤 것을 아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당신한테 제일 도움이 되는 신념이 무엇인지 묻는 거예요. -선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그걸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반항아입니다. 당신처럼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에 따르는, 그런 의무는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5권 죽은 손 _ 727

 

ㆍ불신만큼 불안한 고독이 또 있을까?

 

ㆍ갖고 싶은 것은 손에 들어오지 않는 법, 손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도록 하자. - 스페인 속담

 

ㆍ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온갖 가능성을 몽상했던 것은 사실이다. 

 

ㆍ사람이 좋은 지위를 얻으면 말입니다. 관록의 절반을 따라오는 겁니다. 

 

ㆍ인간은 자신의 바람대로 남을 판단한다. 

 

 

 

 

 


제6권 과부와 아내 _ 903

 

ㆍ청춘을 희망의 계절이라 한다면, 그것은 우리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희망을 품는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젊은 시절만큼 감정이나 이별이나 결심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때도 없기 때문이다. 하나하나의 위기는 그것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에 끝장인 것으로 느껴진다. 

 

ㆍ실무라고 말할 경우, 그것은 금전 거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적절한 적용을 의미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ㆍ꿀벌은 윙윙거리며 좋아하는 꿀을 찾아다니는 동안에 꽃가루를 자신이 가루투성이가 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아무런 생각 없이, 하지만 효과적으로 뿌리는데, 사람의 소문이 퍼지는 것도 이와 흡사하다. 

 

ㆍ그녀는 따분함과 불만으로 마음이 우울했다. 그러한 불만은 여자들이 흔히 느끼는 기분으로, 그 기분은 끊임없이 작은 질투로 바뀌려고 한다. 그와 같은 질투는 원래 아무런 까닭도 없고, 다만 자기만을 추어주고 소중히 여기기를 바라는 막연한 몰염치에서 나온 것으로, 그 이상의 정열에서 생긴것이 아닌데도 말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까지 나타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ㆍ모순된 두 가지 사실이 다 같이 올바르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한 일이라면, 어느 것이든 다 같이 진실일는지도 모릅니다. 

 

ㆍ종교는 오직 그것을 채우는 감정이 바뀔 때에만 변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의 공포에 기초한 종교는 아직도 거의 야만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제7권 두 개의 유혹 _ 1079

 

ㆍ이런 하찮은 일도 하찮은 인간에게는 중요하다. 

 

ㆍ남편이든지 아내든지 어느 한쪽이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남자 쪽이 도리를 분별하고 있으므로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은 남자 쪽이지요.

 

ㆍ그가 아내를 자기와는 다른, 자기보다는 약한 생물이기라도 한 듯이 생각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그를 정복했던 것이다. 

 

ㆍ유혹당하는 것과 타락하는 것은 별개의 것입니다. - 셰익스피어

 

ㆍ한 사람의 가냘픈 여자가 남자의 인생에서 하는 역할은 대단한 것이다. 그러한 여자를 단념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웅적 행위이기도 하다. 한편 그러한 여자를 쟁취한다는 것은 곧 자신을 단련하는 일이 될 것이다. 

 

ㆍ우리의 행위는 아득한 저편에서 아직도 우리네 여로로 이어져, 이전의 우리가 지금의 우리가 된다. 

 

 

 

 

 


제8권 일몰과 일출 _ 1237

 

ㆍ여자 쪽이 잘 안다는 건 아기라든가 그런 거겠지.

 

ㆍ불행이라는 무거운 짐으로 힘들어하는 이를 불쌍히 여겨라. 그 불행이 언제 당신과 나를 찾아올지 모르니까.

 

ㆍ지금 있는 쾌락이 거짓이란 느낌과, 지금 없는 쾌락의 공허함에 대한 무지가 무상함의 원인이 된다. - 파스칼 <팡세>

 

ㆍ더욱이 엉망이 된 자신의 삶에 스스로 혐오를 느끼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 혐오는 그를 동기 없는 경솔한 행위로 이끌 것이므로. 

 

ㆍ슬픔은 앞길에, 기쁨은 뒤에.

 

ㆍ안 돼, 네가 나하고 똑같이 느끼지 않는다면 얘기해 줄 수 없어.

 

 

 

 


종곡 _ 1402

 

 

결혼은 많은 이야기의 도달점이지만, 아담과 하와에게 그러했듯이 그것은 역시 큰 시작이기도 하다. 그들은 에덴의 동산에서 밀월을 보냈으나 첫아이를 얻은 것은 황야의 가시밭 속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역시 가정이라고 하는 서사시의 시작이다. 두 사람의 인간이 완전히 맺어져, 세월이 감에 따라 최고조에 이르고 노후에는 공통의 즐거운 추억을 거두어들이는, 그러한 두 사람의 결합을 서서히 획득하는 승리 혹은 돌이킬 수 없는 패배로 노래하는 서사시는 거기서 시작한다.

 

ㆍ모든 한계는 어느 것이나 다 끝임과 동시에 시작이기도 하다. 

 

ㆍ결혼은 많은 이야기의 도달점이지만, 아담과 하와에게 그러했듯이 그것은 역시 큰 시작이기도 하다. 그들은 에덴의 동산에서 밀월을 보냈으나 첫아이를 얻은 것은 황야의 가시밭 속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역시 가정이라고 하는 서사시의 시작이다. 

 

ㆍ책이란 것은 언제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대신 쓰는 것이다. 

 

그녀의 섬세한 정신은, 널리 남의 눈에 띄지는 않을지언정 훌륭한 열매를 맺었다. 그녀의 풍부한 사람됨은,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에 의해서 물길이 막힌 강과 같이 이 지상에서는 거의 이름을 남기지 않는 여러 개의 작은 흐름이 되어 끝나 버렸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가 주위 사람에게 끼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넓었다. 이 세상에서 선(善)이 늘어나는 것은, 일부는 역사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 행위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이 서로가 생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은 이유의 절반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데서 신실한 일생을 보낸 뒤, 찾아오는 이도 없는 무덤에서 잠든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ㆍ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그들의 예상을 뒤엎을 만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ㆍ위대한 감정은 때로 오류로 간주되고, 위대한 신념은 때로 망상으로 간주된다. 아무리 내적 생명이 강렬할지라도, 그것을 에워싼 외부의 영향을 강하게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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