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곡 숲 속의 방황과 베르길리우스
ㆍ갑자기 공포심이 밀려들면서 지난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신의 부름에 제대로 순응하며 살아왔던가.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 숲 속에서 헤매는 것은 신의 뜻이란 말인가.
ㆍ'스승이시여, 부디 당신꼐서 말씀하신 대로 저를 이 고난의 골짜기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기를. 당신께서 너무 일찍 태어나 미처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하느님의 이름으로 간청합니다. 저를 이곳에서 구출해 지옥과 연옥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그리고 제가 천국의 문 앞에서 고결한 영혼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라옵고 또 바라옵니다." 그제야 베르길리우스는 잡았던 손을 놓고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제2곡 나를 구원한 천국의 여인들
ㆍ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네. 지레 겁을 먹고 발걸음을 멈춘다면 그건 어리석은 자야. 마치 제 그림자를 보고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둔한 짓이지. 모험에는 고난이 따르는 법이라네. 그게 자네가 살아온 저 세상의 진리가 아니던가. 여기서도 그 진리는 마찬가지라네. 그러니 미리 걱정하고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지 말게나. 그건 부질없는 짓이거든. 자넨 이제 담대해져야 하네.
ㆍ그녀,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연인이자 소중한 벗이었던 나를 구원하기 위해 스승 베르길리우스를 찾아 왔던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하늘에 계시는 친절하신 여인께서 위기에 처한 나를 발견하시고는 성녀 루치아를 불러 베아트리체를 찾아가게 했고, 그런 연유로 베아트리체는 베르길리우스를 찾아와 간청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제3곡 지옥문을 지나 아케론 강을 건너다
ㆍ여기 문이 있나니, 이 문은 고통의 환란으로 들어가는 문, 영원한 고통이 기다리는 문, 이 문은 지존이신 하느님이 공의로운 힘과 지혜로 만드신 문이니,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영원히 남을 것이니라. 한 번 이 문으로 들어온 자는, 그가 누구든지 빠져나갈 수 없나니 희망일랑은 버릴지어다.
ㆍ참으로 한심한 영혼들이지. 저자들의 꼬락서니를 잘 봐두게나. 자신의 인생을 치욕도 명예도 모르고 살아온 자들의 모습이니까 말일세. 무위도식하며 인생을 소비한 자들이지. 저들에는 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것으로 일생을 보낸 천사들도 있다네. 타락한 천사들이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하느님은 저들을 천국에서 쫓아냈다네. 천국이 더럽혀질까봐 그랬던 것이지. 그러나 저들은 이 지옥에 떨어져서도 일말의 회개나 반성도 없이 빈둥거리고 있다네.
ㆍ대체 저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네에겐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저들은 죽었어도 죽은 게 아니라네. 오히려 저들은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 물론 육신의 죽음은 이루어졌지만 영혼은 살아있는 거야. 말하자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라는 말일세. 그러니까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나.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아니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는 고통이 저들로 하여금 저렇게 비탄의 울부짖음을 쏟아내게 한다내. 자, 여기선 이만하면 됐으니 다시 길을 떠나세.
ㆍ그들은 발가벗겨진 알몸의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을 쫓아오는 수만 마리의 벌 떼들에게 쏘여 피를 흘리고 있었다. 얼굴은 물론 온몸은 벌겋게 물이 들었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에서는 연신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참으로 끔찍하고 사람하기 짝이 없는 몰골들이었다.
제4곡 림보에서 만난 위대한 시인과 철학자들
ㆍ이곳은 림보라고 불리는 첫 번째 지옥지. 여기선 그 누구도 고통에 시달리며 비명을 지르거나 악다구니를 쓰지는 않는다네. 여기 림보에 있는 자들은 죄를 지은 자들이 아니라네. 아니, 어떻게 보면 생전에 선행을 베풀고 어진 덕을 쌓은 훌륭한 사람도 많지. 그렇다고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네. 왜 그런지 그 연유를 자네도 알 것이네. 그들은 신의 존재를 몰랐던 거지.
ㆍ호메로스,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루카누스
ㆍ엘렉트라, 헥토르, 아이네이아스, 카이사르, 카밀라, 펜데실레아, 라티니스 왕과 공주 라비나, 브루투스와 루크레티아
ㆍ플라톤, 소크라테스, 데모크리토스, 디오게네스, 아낙사고라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헤라이클레이토스, 제논, 오르페웃, 키케로, 세네카, 유클리드, 프톨레마이오스, 히포크라테스, 아베로에스
제5곡 지옥의 심판관 미노스
ㆍ미노스는 지옥의 심판관이었다. 그는 이곳에 들어온 영혼들의 고백을 하나하나 듣고 어느 지옥을 보낼 것인가를 결정했다. 그는 이곳에 들어온 영혼들의 고백을 하나하나 듣고 어느 지옥으로 보낼 것인가를 결정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아주 특이했다. 미노스는 긴 꼬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죄가 무거울수록 꼬리를 휘둘러 여러 겹으로 휘감는 방식이었다. 그가 꼬리로 휘감는 횟수에 따라 어느 지옥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제6곡 탐욕과 분노의 망령들
ㆍ케르베로스는 이따금씩 맘에 안 드는 망령들이 있으면 사납게 으르덩거리면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고 물어뜯었다. 사지가 갈기갈기 찢어져 너덜너덜해진 망령들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 그대로 내동댕이쳐졌다. 겁에 질린 망령들은 기 괴물 개를 피해서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7곡 벌거벗은 진흙탕 속의 망령들
ㆍ그들은 거대하게 소용 돌아치는 좁은 해협의 파도가 솟구쳤다 부서지듯이 저마다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가슴에 안은 채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무거운 짐은 세상에서 그들이 쌓아온 재물과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흔히 구두쇠나 수전노로 불리는 망령의 무리들과 사치와 낭비에 빠져 인생을 탕진한 망령의 무리들이었다.
제8곡 디스의 성 아래서
ㆍ디스 성은 하늘에서 추방당한 타락 천사들이 모여 사는 지옥의 중심부였다. 우리가 배에서 내려 바라본 성벽은 마치 철벽을 두른 것 같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성벽 위에서는 악마들이 잔뜩 모여들어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제9곡 복수의 세 마녀
제10곡 파리나타의 불길한 예언
ㆍ자네는 피렌체의 자랑 단테가 아닌가. 대체 자네는 무슨 권능이 있어 이 지옥을 여행하고 있지? 내 아들은 어디에 있는가? 왜 함께 오지 않았나?
제11곡 지옥의 하부구조
ㆍ제7지옥
첫 번째 지옥에는 폭력을 휘돌러 사람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힌 자들이 갇혀 있다네. 또한 두 번째 지옥에는 자기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자들인데, 자살을 하거나 자해를 저지르거나 노름으로 인생을 탕진한 경우일세. 결국 그 대가로 몸부침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지. 그리고 세 번째 지옥에는 하느님을 깔보거나 업신여긴 자들이 갇혀 있네. 이들 역시 하느님의 공의를 부정하고 모독한 죄로 고통을 받지 있지. 덧붙이자면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재산을 강탈한 고리대금업자들도 여기서 그 죗값을 치르고 있다네.
ㆍ제8지옥
양심과 정의를 저버린 위선자, 남의 물건을 훔친 도둑들, 성스러운 성직을 돈으로 사고 판 자들, 더러운 포주들이 갇혀 있는데, 이들은 모두 최소한의 인간적인 양심과 신의를 저버린 악의 무리들이었다.
ㆍ제9지옥 (가장 깊은 지옥)
그 모든 반역자의 무리들이 갇혀 있는데, 그들은 영원히 구제받을 수 없는 형벌을 받고 있다고 일러주었다.
제12곡 미노타우로스와 켄타우로스
ㆍ켄타우로스들은 모두 이 골짜기 피의 강 주변을 맴돌면서 호시탐탐 물을 벗어날 기회를 엿보는 망령들에게 화살을 쏘고 있었다. 피의 강을 지키는 파수꾼들인 셈이었다.
제13곡 자살을 한 망령들
ㆍ제 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망령들은 미노스의 심판을 받아 여기 제7지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미노스가 제 꼬리를 일곱 번 휘감는 것이지요.
제14곡 지옥 강의 유래
ㆍ오랜 세월이 흘러 차츰 금이 아닌 몸뚱이는 부식되어 틈이 벌어지고 그 사이로 거인의 눈물이 떨어져 이 지옥의 다섯 강을 이루게 된 것이라지.
ㆍ지옥이 아래로 곧게 이어지는 동굴로 착각을 하는 게 아닌가. 지옥은 둥근 원이 중층 구조를 이루며 지옥 한 바퀴를 돌려면 아직도 길이 멀다네.
제15곡 부르네트 선생님과 동성애자들
ㆍ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하느님의 율법을 어긴 동성애의 죄를 범했다는 것일세.
제16곡 수도자의 밧줄
제17곡 게리온과 고리대금업자들
제18곡 말레볼제의 사악한 망령들
ㆍ말제볼제라고 불리는 제8지옥에 이르게 되었다. 이곳 사악한 벌판의 가운데에는 아주 넓고 깊은 웅덩이가 있었다. 그리고 높고 험한 절벽과 웅덩이 사이에는 각종 사악한 죄를 범한 죄인들을 구분지어 형벌을 가하는 열 개의 구덩이가 계단식으로 아래를 향해 원형을 이루면서 차곡차곡 패어 있었다. 마치 해자들이 성벽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이루어 성을 에워싸고 있는 것 같은 구조였다.
ㆍ피가 나고 살점이 떨어져 허옇게 뼈가 드러나는 고통 속에서 울부짓는 망령들
ㆍ머리를 풀어 늘어뜨린 창녀의 얼굴이 보이잖나? 바로 타이스라네. 온몸에 똥칠을 하고 제 손톱으로 몽뚱이를 벅벅 긁고 있지. 생전에 아름다움을 뽐내며 뭇 사내들을 울렸지. 한편으로 제 몸뚱어리를 내주고 금화를 챙기면서 말이지.
제19곡 치부를 한 교황들
ㆍ그대가 어찌 교황의 몸으로 재물을 탐했단 말인가. 그것도 부정한 방법으로 왕과 결탁을 해서 재물을 쌓았으니 하느님이 보시기에 그 죄가 얼마나 크겠는가.
제20곡 가짜 예언자들이 받는 고통
제21곡 역청 지옥과 마귀들
제22곡 마귀들의 난장판
제23곡 위선자들의 납으로 된 망토
제24곡 반니 푸치의 불행한 예언
제25곡 피렌체의 도둑들이 받는 형벌
제26곡 오디세우스의 운명의 항해
제27곡 불꽃의 영혼 구이도 다 몬테펠트로
제28곡 분열하고 이간질한 망령들
제29곡 연금술사가 받는 형벌
제30곡 사기꾼과 거짓말쟁이들
제31곡 하느님에게 대든 거인들
제32곡 얼음 호수의 배신자들
제33곡 우골리노와 루지에리
제34곡 마왕 루시퍼의 삼위일체
ㆍ나는 마왕 루시퍼를 보고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혀 피가 얼어 맥이 빠져 정신이 혼미해졌다. 마왕은 제 몸의 상반신을 얼음밖으로 내놓고 있었는데, 그 거대한 몸체에 비하면 전에 본 거인들은 팔뚝 하나만도 못했다. 루시퍼는 한 개의 머리통에 세 개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입에는 최악의 배신자 세 명을 물고 있었는데,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대가 빨간 얼굴로 가운데에 있었고, 그 양 옆에는 카이사르를 죽인 부투스와 카시우스가 각기 누렇고 검은 얼굴을 한 채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느님의 삼위일체가 있는 것처럼 루시퍼가 갖고 있는 세 개의 얼굴은 지옥왕의 삼위일체였다. 각각 얼굴 밑에선 커다란 날개가 두 개씩 튀어나와 있었는데, 날개가 한 번 퍼덕일 때마다 그로부터 세 줄기의 바람이 불어와 코키토스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리고 루시퍼의 여섯 눈동자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렸고, 턱 주변에는 고드름이 맺혀 있었다.
ㆍ우리는 마침내 어둠의 지공르 빠져나와 다시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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