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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 마여 앤젤루

by mubnoos 202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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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루는 미국 인권운동의 주요 인물로, 1960년대에 흑인인권을 위해 투쟁했다. 그녀는 말콤 X, 그리고 이후 마틴 루터 킹의 가까운 동료가 되었다. 킹 목사가 1968년에 암살당한 뒤, 그녀는 한 모임에서 제임스 볼드윈과 만화가 줄스 파이퍼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쓰게 되었다. 이것은 그녀가 동료의 죽음을 대면하는 방식이자, 인종차별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투쟁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글쓰기였다.

남부의 인종적 갈등을 배경으로 마야 앤젤루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에 맞서고, 미국의 흑인여성이라는 강한 정체성의 발전양상을 탐구한다. 개인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은 그녀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통해 타협점을 찾는다. 문학은 그녀를 치유하고 그녀에게 힘을 주었던 것이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는 마야 앤젤루의 다섯 권짜리 자서전의 첫 권이자 미국 흑인 문학의 이정표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앤젤루 특유의 서정적인 문장으로 1930년대 미국에서 보낸 불안정한 어린 시절과 변화하는 관계들을 묘사하고 있다. 부모가 이혼하자 당시 세 살과 네 살 반이었던 마야와 오빠 베일리는 캘리포니아에 있던 부모의 집을 떠나 그때껏 인종분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던 남부 아칸소주 시골의 할머니 집으로 보내진다. 할머니는 그들에게 엄격한 도덕적 중심을 보여준다. 여덟 살이 된 마야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세인트루이스로 이주하지만 어머니의 정부에게서 성희롱과 강간을 당한다. 그녀는 결국 오빠와 함께 할머니의 집으로 돌아갔다가 훗날 어머니가 캘리포니아에서 재혼한 후에야 함께 살게 된다. 마야가 첫 아이를 낳는 것으로 이 책은 끝난다.

[네이버 지식백과]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2007. 1. 15., 피터 박스올)

 

 

 

 

 

 


 

 

 

 

 

 

ㆍ어느 날 내가 이 어둡고 흉측한 꿈에서 깨어나면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까? 마마가 곧게 펴지 못하게 하는 곱슬머리 대신에 기다랗고 금발인 내 진짜 머리카락을 하고 있다면 말이다. 모두 내 눈이 너무나 작고 사팔뜨기라서 “아버지가 중국 사람임에 틀림없다”고들 말했는데 본래대로 돌아온 연푸른 내 눈동자를 보면 그들은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매혹당할 것이다.

ㆍ오히려 그보다 더 기뻣던 건 그 바보 같은 교회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제 머리가 박살이 나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부의 흑인 여자아이에게 성장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라면, 추방당한 느낌을 의식한다는 것은 목구멍을 위협하는 면도날에 있는 녹이다. 그것은 불필요한 모욕이다.

 

ㆍKKK단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우리 삼촌을 비롯한 모든 흑인 남자가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들어가 닭똥 더미에 몸을 숨겨버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그 사람의 태도는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게 했다. 

 

ㆍ무엇이 한 남부 마을을 다른 남부 마을과 다르게 하는 걸까? 또한 무엇이 남부의 마을을 북부의 마을이나 촌락 또는 대도시와 다르게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정을 잘 모르는 다수와 사정을 잘 아는 소수 사이에 공유하는 경험임에 틀림없다. 어린 시절 답을 얻지 못한 모든 의문은 결국 다시 마을로 되돌아가 그곳에서 대답을 찾아야 한다. 영웅들과 도깨비 같은 사람들, 가치 있는 것들과 싫은 것들을 그 어린 시절의 환경에서 처음 만나고 구별한다. 뒷날 그런 것들은 얼굴을 바꾸고 장소를 바꾸고 인종, 수단, 강도, 목표까지도 바꿀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꿰뚫어볼 수 있는 가면으로 바꿔 쓴다고 해도 털모자를 쓰던 어린 시절의 얼굴을 영원히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ㆍ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이 무렵 나는 백인들이 진짜 사람이라고는 결코 믿지 않았다. 

 

ㆍ'불결하지 말지어다'와 '무례하지 말지어다'는 헨더슨 할머니의 두 가지 계명으로 우리가 구원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 계명에 달렸다. 

 

ㆍ목사님이 비만이라는 사실은 비록 역겹기는 해도 우리가 그렇게까지 지독히 미워할 이유는 되지 못했다. 

 

ㆍ베일리는 어른처럼 악수를 하려고 한 손을 뻗으며 목사님에게 다가갔지만 토머스 목사님은 그 손을 미치고 잠깐 동안 오빠를 포옹했다. 

 

ㆍ신명기는 성경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그곳에 기록되어 있는 율법들은 너무나 절대적이고도 분명했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 악마의 유황불에서 영원히 통구이가 되는 것이 정말로 싫다면 신명기를 기억하고 그 가르침을 한 글자 한 글자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나는 또 '듀터로너미'하고 발음할 때 혀를 굴리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ㆍ나는 교회에서 웃는 것을 두려워했다. 자제력을 잃으면 반드시 두 가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나는 틀림없이 오줌을 싸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찬가지로 틀림없이 회초리를 맞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일이 너무 우스워 웃다가 그만 죽을 것만 같았다. 먼로 자매에다 위협하는 표정으로 그 여자를 제압하려는 마마며, '그걸 설교하시라고요'하고 속삭이는 베일리며, 입술이 탄력 잃은 고무줄처럼 헐렁하게 늘어진 원로 토머스 목사님 말이다. 

 

ㆍ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웃음은 쉽게 히스테리로 바뀌는 법이다. 

 

ㆍ베일리가 나에게 '그걸 설교하시라고요'하고 말할 적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때리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ㆍ아칸소 주 - '흑인을 때리는 채찍'

ㆍ앨라배마 주 - '놈들을 높이 매달라'

ㆍ미시시피 주 - '검둥이여, 네 등에 해가 지도록 하지 마라'

ㆍ스탬프스 - 흑인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살 수 없을 정도이다. 독립기념일을 빼면 말이다. 평소에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ㆍ흑인 사회와 흰색을 한 모든 것 사이에는 엷은 차양 같은 것이 드리워져 있었는데 그 차양을 통해 흰색을 한 것들에게 두려움과 찬탄과 경멸이 뒤섞인 감정을 간직하게 되었다. 즉 백인들의 자동차와 번쩍이는 집들, 백인들의 자식과 아내 같은 것에.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러웠던 것은 낭비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부유함이었다. 백인들은 옷이 어찌나 많은지 그저 겨드랑이 아래가 낡았을 뿐인 완벽하게 성한 옷들을 우리 학교 재봉반에 기부했고, 고학년 학생들은 그 옷으로 실습을 했다. 

 

ㆍ나는 백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 돈을 그렇게 흥청망청 쓸 권리를 부여받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나는 하나님도 백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에게 하나님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는 믿게 하지 않았다. 

 

ㆍ모든 흑인은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경제공황도 백인들만의 문제고, 그래서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흑인은 땅에 의존해 생활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5센트로 깎아내리자 비로소 흑인 지역 사람들도 경제공황은 적어도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ㆍ고통이 왔다. 감각마저 갈래갈래 찢기는 순간 아저씨가 내 몸을 부수고 들어왔다. 여덟 살짜리의 몸을 강간하는 행위란 낙타가 부러질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바늘이 부러지는 마는 꼴이었다. 결국 어린아이가 부러지는 법이다. 왜냐하면 몸은 부러질 수 있지만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의 마음은 부러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 흰 벽에 둘러싸인 세계에서 태어났고, 내가 지금 있는 곳이 하늘나라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프리먼 아저씨가 그곳에 있었고 내 몸을 씻기고 있었다. 아저씨는 떨리는 손으로 나를 붙잡아 욕조 안에 똑바로 세우고 다리를 씻겼다. "널 아프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야. 리티.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명심하라고. 아무한테도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는걸."

 

ㆍ할 일 없는 사람들이 남의 일에 바쁜 법이다.

 

ㆍ이 점을 명심하거라. 언어란 인간이 다른 인간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수단이고, 또 언어만이 인간을 짐승과 구별해준다는 것을.

 

ㆍ말이란 종이에 씌여 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어. 인간의 목소리만이 그 말에 더 깊은 의미를 지닌 미묘한 차이를 불어놓을 수가 있거든.

 

ㆍ우리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었으며, 그래서 '사느냐, 죽느냐' 하는 질문은 결국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ㆍ흑인에게는 '마음은 더 고결한' 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은 우리에게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그것이 사실임을 우리에게 알려줬기 때문이다. '가혹한 운명'이라고? 그건 농담 같은 이야기였다. 

 

ㆍ전차를 타고 요금을 상자에 넣자 차장이 보통 때철머 백인들의 경멸이 담긴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ㆍ젊음의 무지라는 팽팽한 곡예사의 밧줄 위에 홀로 남아 있는 것은 곧, 완전한 자유라는 극도의 아름다움과 영원한 망설임이라는 위협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다. 설령 살아남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아주 극소수만이 십대는 견뎌내고 살아남는다. 대부분은, 성인으로서 순응하라는 모호하지만 살인적인 압력에 굴복하고 만다. 성숙이라는 우월한 세력과 끝없이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어서 싸움을 피하는 쪽이 더 쉽다. 

 

ㆍ흑인 여자들은, 젊은 시절이면 누구나 겪는 그 모든 자연의 힘에게 공격받는 동시에 남성의 편견과 백인의 불합리한 증오, 흑인의 무력함이라는 삼중으로 된 집중 포격을 받는다. 

 

ㆍ“백인들이 왜 그렇게 우리를 미워하는 거죠?” “백인들은 우리를 정말로 미워하는 게 아냐. 그들은 우리를 잘 알지 못하거든. 그러면서 어떻게 우리를 미워할 수가 있겠니? 대부분은 겁을 내고 있는 거야.”

ㆍ새장에 갇힌 새는 두려움에 떨리는 소리로 노래를 하네.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여전히 열망하는 것들에 대해. 그 노랫가락은 먼 언덕 위에서도 들을 수 있다네. 새장에 갇힌 새는 자유를 노래하니까.

 

ㆍ흑인으로 태어나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끔찍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벌써 내 피부색을 비난하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런 방어할 기회도 없이 조용히 앉도록 훈육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잔혹했다. 우리 모두 죽어야만 했다. 우리 모두가 죽어서 한 사람 위에 다른 한 사람이 포개진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인들이 맨 밑바닥에서 넓게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인디언들이 그들의 어이없는 도끼와 천막과 오두막집과 평화협정과 함께 쌓 이고, 그다음에는 흑인들이 그들의 자루걸레와 조리법과 목화 부대와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영가와 함께 포개져서 만든 인간 육체의 피라미드가 보고 싶어졌다.

 

 

 


ㆍ흑인은 타자에 지나지 않는다. 동일자에 대한 타자의 삶, 바로 그것이 그동안 흑인이 겪어온 삶의 방식이다..

 

ㆍ오프라 윈프리는 앤젤루를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ㆍ인종 문제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내면화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교육이나 관습을 통해 너무 세뇌를 받은 탓에 인종에 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당연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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