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 연구팀이 폐플라스틱을 원료물질로 분해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플라스틱을 개발, 심각한 토양·해양 오염원인 플라스틱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실마리를 마련했다.
미국 애크런대 고분자과학대학 왕쥔펑 교수팀은 18일 과학저널 '네이처 화학'(Nature Chemistry)에서 고분자(polymer) 원료 성분인 단량체(monomer)로 다시 분해할 수 있는 고분자를 개발,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고분자는 분자량이 보통 1만 이상인 화합물로 섬유·고무·플라스틱 등이 모두 합성고분자다. 고분자는 생활용품에서 전자·자동차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어서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토양·해양 오염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그동안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재활용하거나 환경친화적인 생분해성 고분자를 개발하는 등 오염을 줄이는 방법이 연구돼 왔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고분자 원료가 대부분 석유·석탄 등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플라스틱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료 자체를 재사용할 수 있는 고분자로 개발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기존 플라스틱의 우수한 열 안정성과 고성능의 기계적 특성을 보이는 재활용 고분자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
왕 교수는 "우리는 고분자를 원료물질인 단량체로 분해해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폐플라스틱에서 단량체를 회수해 플라스틱 생산에 재활용할 수 있다면 천연자원 보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폐플라스틱이 자연에 축적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화학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고분자를 설계하기 위해 컴퓨터 계산을 통해 이론적으로 이에 적합한 단량체를 찾아낸 다음, 실제로 이 단량체를 만들고 이를 원료로 열 안정성과 기계적 특성이 우수한 고분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탄소 원자 8개가 고리를 이루는 화합물인 1,5-사이클로옥텐(1,5-cyclooctene)과 트랜스 부탄(trans-butane)을 이용해 단량체인 'tCBCO'(trans-cyclobutane-fused cyclooctene)를 만들고 이를 중합 반응을 통해 고분자로 합성했다.
고분자 사슬 내 고리형태의 사이클로부탄이 고분자에 다양한 물리 화학적 특성을 부여하고 사용 후 플라스틱이 원료물질로 분해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사이클로부탄을 다른 물질로 바꿔 고분자의 물성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실험 결과 이 고분자는 370℃의 고온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견딜 만큼 열 안정성이 우수하고, 클로로포름 같은 용매를 사용하면 90% 이상이 원료물질로 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화학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고분자는 열 안정성이 뛰어나고 강력한 기계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고무와 플라스틱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현재 사용되는 고분자를 대체할 매력적인 후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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