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낙서
'씀'의 에세이
학창 시절, 나는 종이 위에 펜으로 낙서하는 것을 즐겼다. 친구들과 뛰어놀거나 대화하는 것보다 책상에 혼자 앉아 낙서하는 것이 더 편하고 좋았다. 낙서는 교실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에 있을 수 있게 하거나, 다른 사람과 있어도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은밀하고 합법적인 일탈이기도 했다. 나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음악을 들으며 생각나는 것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다가 정류장을 놓치는 일도 종종 있을 정도로 종이에 무언가를 쓰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뭔가를 알고 싶었을까? 아니면 기억하고 싶었을까? 둘 다 아닌 것 같다. 그냥 그랬던 것 같다. 다른 특별한 의미없이 단지 무엇인가를 쓰거나 그리고 난 뒤, 그것을 보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종이 위에 질서정연하게 쓰인 글씨들은 어딘가 아름답다. 칸트가 대칭과 균형을 제1의 아름다움으로 정의했다면, 종이 위의 차분하게 배열된 글씨 조합 역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낙서를 좋아했던 이유는 낙서를 통해 나만의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읽는 것은 타인의 것이고, 우리가 쓰는 것은 나 자신의 것이다. 결국 내가 쓰는 것만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쓴다는 것은 나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보지 않으면 확실히 알 수 없고, 보려면 손을 움직여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글을 쓰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 쓰지 않고는 생각할 방법이 없다.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은 뇌의 전파를 정리해 나 자신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목표를 분명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은 그 목표를 이룰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쓴다는 것, 또는 쓰여진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어쩌면 그 의미를 우리는 온전히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쓰여진 글은 영원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유한한 존재가 만든 것들 중에 유일하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시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해 죽은 시체를 붕대로 감싸고, 피라미드에 보관하며, 거대한 스핑크스로 지키려 했지만, 결국 시간의 유한성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파피루스 위에 남긴 문자들은 시간의 유한성을 극복했을지도 모른다.
요한복음 1장 14절에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 (Word became Flesh)”라는 구절이 있다. 어쩌면 생명도 결국은 시간이 쓴 문자들의 조합(DNA)이고, 삶은 그 문자들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생명은 유한하지만, 우리 몸에 새겨진 DNA라는 문자 조합은 영원하다. 어쩌면 우리는 이기적인 철자 조합을 전달하기 위해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죽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유한성 속에서 무언가 영원한 것을 찾으려 한다.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는 그 영원함과 관련이 있다. 쓰는 행위는 단순히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우리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종이 위에 새겨진 글자들은 우리를 기억하게 만들고, 시간이 흘러도 우리 생각과 감정은 그곳에 남아 다른 이들과 교감하게 만든다. 어쩌면 글쓰기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흔적일지도 모른다.
https://mubnoos.tistory.com/3666
들어가는 글
ㆍ기록하면 인생의 방향이 보인다.
ㆍ기록은 내가 고민해 왔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였다. 단순히 생각으로만 머물다가 흩어질 많은 정보를 기록으로 한데 모으면 그것은 수단이 되고 역사가 된다. 이를 깨닫자 모든 것이 명쾌해졌다.
ㆍ기록은 단순하다. 매일의 나를 남기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고 겪고 느끼고 만나고 행하는 모든 것을 메모하면 그 메모에서 자신이 어떤 가치를 중요히 여기는지가 드러난다. 그것을 정리해 남기는 것이 바로 기록이다. 기록하면 인생이 심플해진다. 문제로 여겼던 것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고 고민은 쉽게 풀린다.
ㆍ기록은 가치와 실천을 이어 주는 최고의 도구라는 사실은 내가 살아오며 깨달은 단 하나의 인생 법칙이다.
1부 기록하는 인간
1장 성장
ㆍ성장을 지속하고 싶다면 삶을 기록하라.
ㆍ진짜 내 것이 되려면 메모를 기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ㆍ메모와 기록은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메모는 기록의 원천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상대방의 말이 너무 빨라서 등의 이유로 너저분하게 적어 둔 것을 ‘메모’라고 한다면 이렇게 조각난 글들을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을 ‘기록’이라 한다. 즉 기록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적는 메모를 제대로 정리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ㆍ왜 기록해야 하는가?
1. 기록은 나를 지속 상장시킨다.
2. 기록은 내 삶의 주도권을 갖게 한다.
ㆍ인간이 성장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 안에서 끄집어 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여 시너지를 이끌어 낼 때 진정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는 기록의 형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록 역시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진화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 번째 형태는 외부로부터 쏟아지는 수십, 수천 가지의 지식과 비지식을 체계화하여 요약하고 그중에서 중요한 정보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두 번째 형태는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잠재력을 기록함으로써 외부로 끄집어내는 일이다.
ㆍ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삶의 자유를 얻는다는 것과 같다.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기록하라.”
ㆍ방법을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깨달음만으로 변화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ㆍ변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큰 변화만이 변화라고 생각하고, 또 그 결과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습관이나 루틴, 깨달음 같은 작은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큰 변화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ㆍ나이가 들었다고 성장하기를 멈추지 마라. 공부에는 때가 없다. 오히려 살아온 지혜가 무르익었을 때 하는 공부는 성장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혀 준다. 진짜 지식과 지혜로 꽉 찬 사람이 될 기회인 것이다.
ㆍ성장을 계획하고 미친듯이 지속하라.
1) 목표가 무엇인가?
2) 어떤 일상을 보내는가?
3)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ㆍ지속성은 환경과 루틴이 만들어져야만 가능하다. 내가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ㆍ무조건 지속한다고 해서 누구나 원하는 만큼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식적 연습이 필요하다. 의미 없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를 의식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전체 과정을 부분으로 나누고, 그 중에서 자신의 약점을 찾아 보완해 나간다.
ㆍ핵심은 우리가 흡수한 지식을 뇌에서 장기 기억으로 분류하게끔 만드는 것인데, 스쳐 지나가는 것을 낚아채고 휘발되는 것을 꽉 붙잡는 수단이 바로 기록이다. 공부하거나 읽은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1) 집중해 보고, 2) 그것을 생각해서 기록하고, 3) 그 후에 기록한 것을 되돌아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우리 뇌는 ’이 정보는 장기 기억이다‘라고 판단한다.
ㆍ생각은 나선형으로 성장한다.
ㆍ자기화한 것만이 남는다.
ㆍ어떤 순간에도 반드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기 식으로 받아들이고 기록한 다음, 필요할 때 다시 끄집어 내는 반복과정이 필요하다.
ㆍ내적 자산
1) 이해력
2) 사고력
3) 문제해결력
4) 추진력
5) 대인력
ㆍ중요한 것은 기록이 글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말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내면에 있는 것을 명시화하는 것은 모두 기록의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
2장 자유
ㆍ한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욕망을 기록하라.
ㆍ일상 정돈법
1) 공간을 구분하라.
2) 집중 시간과 휴식 시간을 구분하라.
3) 삶이 중심이 되는 일을 계속 생각하라.
ㆍ자신의 진짜 욕망을 알면 자유로워진다.
1. 내가 바라는 것을 적어라.
2. ’가면 판단‘을 하라.
ㆍ미래가 불안하다면 경험을 기록하라.
ㆍ답은 과거 속에 있다.
ㆍ인생의 본질은 자유를 찾는 과정이다.
ㆍ잘하게 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님을 명심하라. 내가 어떻게 해서 그 능력을 터득하게 되었는지 과정을 정리해 보길 바란다.
ㆍ기록은 나눌수록 확장된다.
ㆍ기록학자로서 25년을 살아온 나에게 기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대답할 것이다.
1) 자신의 욕망을 찾는 것,
2) 나의 욕망을 타인과 나누는 것.
2부 거인의 요약법과 분류법
3장 집중
ㆍ선택의 순간에 맞닥뜨렸다면 요약하라.
ㆍ기록의 고수는 많이 쓰지 않는다.
ㆍ요약은 기억을 압축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일이다.
ㆍ핵심만 남기고 다 버려라.
ㆍ이해가 안 되는 건 내 것이 아니다.
ㆍ자기화한 것만 이해할 수 있다.
ㆍ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가치 있는 정보를 내 안에서 소화할 때 반드시 두 가지를 기억하자.
1. 많이 기록하지 말라.
2. 중심이 되는 내용을 찾아 자기화하는 데 집중하라.
4장 확장
ㆍ삶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면 분류하라.
ㆍ기획은 재능보다 습관에 가깝다. 반복하다 보면 늘고, 반복해 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
3부 거인의 다섯 가지 기록법
5장 공부
ㆍ세상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어라.
ㆍ기록의 원리를 활용한 글쓰기 방법
1. 누적하라.
2. 분류하고 연결하라.
3. 드러내라.
6장 대화
ㆍ주고받으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
7장 생각
ㆍ머릿속을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터뜨려라.
8장 일상
ㆍ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라.
9장 일
기록의 성장 기록법
1단계 기록하라.
공부, 대화, 생각, 일상, 일의 다섯 영역을 기록하며 지식, 마인드, 역량을 키운다. 무엇을 어떻게 기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장에 가속이 붙을 수도,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도 있다.
2단계 반복하라.
반복을 통해 기록의 질을 높인다. 기록이 원석을 발견하고 선별하는 과정이라면 반복은 기술을 숙력시켜 보석으로 가공하는 과정이다.
3단계 지속하라.
성장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목표를 높이 잡고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로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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