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되는 대비의 조합
'가능한 불가능', 이 책의 50%는 제목이 했다. '상반되는 대비의 조합'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도 그런 조합을 해보고 싶다 : 완벽한 불완전함, 복잡한 단순함, 무거운 가벼움, 즐거운 슬픔, 따뜻한 차가움, 익숙한 낯설음... 책의 제목처럼 삶의 시도와 변화들 역시 독특한 대비를 통한 신선한 조합의 묶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움직이는 것이고 변화하는 것이다. 누구도 제자리에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는다.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기분, 그 느낌은 정말 별로다. 우리는 그 느낌을 피하기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변화하길 원한다. 언젠가는 결국 끝나는 걸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좋게 해보려는 노력, 난 그것이 우리에게 설치된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위해, 우리는 그렇게 시간을 타고 이동한다. 어제보다 나은 목적지로 가려면 지나온 것들을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변화를 원한다면,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만들고 마주해야 한다. 힘든 일이다.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불안하고 어렵더라도 시도할 수 있는 힘, 용기가 없으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추진력과 동력을 얻기는 어렵다. 삶의 경이wonder는 항상 용기 뒤에 있다. 경험 상, 멋진 건 항상 두려움 뒤에 숨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질문하지 않을까? 난 지금까지 무얼 했고, 앞으로 무엇을 시도해 볼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뭘까? 저자의 30대의 시도들과 기록들이 제공하는 자극적인 질문은 아마도 이 책의 나머지 50%일 것이다.
나의 욕망을 들여다 보고 실제로 실행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은 가장 원초적이고 단순한 욕망조차도 어딘가 불확실하다. 뭘 먹고 싶은지, 뭘 사고 싶은지, 어디 가고 싶은지, 누굴 만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예전에 좋아한다고 했던 것들을 지금도 좋아하는 건지? 뭐가 재미있는지? 진짜로 하고 싶은 건지? 진짜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고 헌신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마도 욕구의 불확실성일지도 모른다. 왜 불확실할까? 아마도 주변 사람들, 주변의 상황, 신념, 가치관, 생활패턴 등을 벗어버리고, 벌거벗은 나를 만나서 고요한 질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확한 답을 얻으려면 무언가를 더 해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면 기존의 하던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 하기 위한 안 함. 상반되는 대비의 조합이다.
텔레비전도, 넷플릭스도, 그리고 유튜브도 재미없다. 어쩌면 애초부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보는 것에 크게 흥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책의 저자는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만나서 고요히 질문하고, 용기있게 실행하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면서 경이wonder를 경험했을 것이다. 분명한 건, 재미 없으면 10년 이상 하긴 어렵다.
• '할 수 있어 프로젝트'
서른 살의 불가능: 운전할 수 있을까?
• 돈의 힘은 의지력보다 강하다. 하지만 돈의 힘보다 강한 것이 있다. 30년간 몸에 밴 미루기 습관이 하루아침에 사라질리 없었다.
• 불가능하다는 걸 아는 것과 경험하는 건 차원이 달랐다. 지금까진 할 수 없어서 안 했다면 이제는 해봐도 할 수 없는 거였다. 훨씬 서글프고 비참했다.
•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한 경험은 여태껏 느껴온 성취감과 달랐다. 알을 깨고 나오는 희열이란 걸까, 간절히 원하던 일을 이룬 적은 있지만, 불가능한 일을 이뤄본 건 처음이었다. 그날 느낀 성취의 기쁨은 뿌리가 깊고 단단해서 앞으로의 인생에 큰 버팀목이 될 거라는 걸 어렴풋이 예감할 수 있었다.
서른한 살의 불가능: 좋아하는 곡 하나쯤은
• 내 음악의 첫 번째 청중은 나 자신이다. 따라서 내가 흥분할 수 없는 작품은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없다. 내가 좋아하고 감동할 수 없는 작품이 아니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최초이며 최고의 청중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곡 하나쯤은 피아노로 칠 수 있게 되었다.
서른두 살의 불가능: 영어는 아무래도 힘들겠다
• 가기 싫은 마음을 이겨내고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한다. 쉬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저녁 7시 영어 수업에 출석한다. 그것을 해내는 능력이 내게 있다.
• 영어책 한 권을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끝내는 과정에서 단순 암기 이상의 것을 얻었다. 바로 습관이었다. 습관은 영어 공부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영어 공부를 해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턱대고 주눅 드는 마음이 사라졌다는 것, 모르면 모르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나 자신을 창피해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되어 좋다.
서른세 살의 불가능: 오늘도 음파음파
• 공부든 운동이든 실력이 늘면 배움을 넘어 재미의 단계로 들어선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게 된다.
• 수영장에 옅게 밴 염소 냄새를 사랑한다. 온몸에 닿는 물의 촉감을 사랑한다. 바닥에 일렁이는 물의 무늬를 사랑한다. 차가운 물과 나의 온기가 섞여 따뜻하게 바뀌는 찰나를 사랑한다. 애쓰지 않아도 조화롭게 움직이는 숙련된 움직임을 사랑한다. 손으로 밀어낸 물살이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을 사랑한다. 모든 상념이 사라지고 무념무상이 되는 지점을 사랑한다. 수영을 끝내고 하는 샤워를 사랑한다. 밖으로 딱 나왔을 때의 공기를 사랑한다. 살갗에 옅게 풍기는 염소 냄새를 사랑한다. 수영을, 사랑한다.
서른네 살의 불가능: 하와이에서 살아요
• 한겨울에 태어났지만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나는 하와이에서 '썸머'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름과 사람의 인생이 어느 정도 밀접한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한국에 사는 은혜와 하와이에 사는 썸머는 달랐다
서른다섯 살의 불가능: 안녕하세요, 18학번입니다
서른여섯 살의 불가능: 한국어를 배우는 한국인
• 세상에 멋진 일이란 없다, 그 일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서른일곱 살의 불가능: 아무튼, 글쓰기
서른여덟 살의 불가능: 157킬로미터의 건강
에필로그: 할 수 있다는 ‘경험’
• 두려운 도전 앞에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던 시간이 있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아무리 다짐해봐도 그건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신, 별 거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직접 해보며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얻는 게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