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될 수 있는 전문가
검색될 수 있는 전문가 / 이순범
2022년 11월, 비슷한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무렵 챗GPT가 세상에 등장했다. 챗GPT는 세상이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나도 내가 일하는 세상을 언어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문가가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자격을 갖추고, 2) 경력을 쌓으며, 3) 검색될 수 있어야 한다. 10년 넘게 현재의 업계에서 일하며 자격과 경력은 충분히 쌓았다. 하지만 '검색될 수 있는 전문가'가 되려면 더 고민이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 일을 잘하고, 앞으로도 잘할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 내가 이 분야에 속해 있다는 데이터를 남겨야 한다.
- 내가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꾸준히 기록하고 발행해야 한다.
- 경험과 노하우를 정리해 책을 출간해야 한다.
업무를 하면서 내가 속한 분야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책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지만,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쓰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내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라 여겨졌다. 처음에는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이 싫어 기록하기 시작했고,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장해두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설명하기 전에 먼저 공유하면 더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책을 만들게 되었다.
2024년 2월, 나는 내가 경험하고 배운 전문 지식을 e북으로 출간했다. 그리고 클래스유(ClassU)에 16강으로 구성된 동영상 강의 자료도 업로드했다. 나는 이 자료와 책을 같은 업계 사람들에게 무료로 공유했고, 공유받은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점차, 업계에서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나에게 묻거나 요청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보완할 기회를 얻었다. 포탈사이트나 챗GPT에서 검색되고 공유되는 전문분야의 정보의 상당수가 내가 정리한 자료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때, 비로소 나는 전문가임을 실감한다.
이제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품과 관련된 정보까지 함께 공급해야 하는 시대다. 나는 4차 산업혁명이 2차 산업(제조)과 3차 산업(정보)을 연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2차 산업군에서 일하는 지금이 큰 기회라고 믿는다. 내가 하는 일의 목표는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다. 제조업을 정보화하고, 미래의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것이다. 나는 정보로 구성된 미래의 시장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시장을 소유하고 싶다.
아직까지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제조업에서 이 미래를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많지 않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정해진 미래라면, 그 미래는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 미래의 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놓인 연결 가능한 기술들을 배우고 익혀 나가고 싶다. 그리고 고유한 나를 찾아서 제품과 서비스를 고요하게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