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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수영 <수영 잘하고 싶다>

mubnoos 2025. 5. 27. 00:02

 



아침에 일어나면 수영장으로 간다. 퇴근하고, 다시 수영장에 간다. 마치 섬 위에 있는 회사를 수영으로 출퇴근 하는 느낌이다. '아무튼, 수영', 수영 잘하고 싶다. 물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다. 물 안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다.

수영을 결심하기 직전에 쓴 글이 있다:
"오래 방치된 풍선은 구멍이 나지 않아도 점점 느슨해진다. 느슨하고, 시시한, 편안함. 이런 감정들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한편으로는 안정된 상태인 듯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낯설고 불안한 느낌이기도 하다. 마치 익숙하지 않은 조용한 방에 홀로 편안하게 남겨진 기분처럼."

'느슨하고 시시한 편안함'을 경험하고, 수영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고요함이나 공허함을 피해 도망다니다 끝나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목표 없이 흐르는 시간은 덧없이 분산 되는 느낌을 준다.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느낌이랄까?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일상에 뚜렷한 초점을 부여한다. 미지의 장소로 유영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수영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집중하고 최선을 다 해 본 적은 없다. 돌이켜보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우연히, 공짜로, 혹은 얼렁뚱땅 완성되는 경우는 내 삶에서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완성하려면 나름의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우연하게 얻은 것들은 허무하게 사라진다. 모든 일은 의도적인 노력과 집중 없이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 수영을 완성하고 싶다.

삶에서 무언가를 완성시키는 것은 단순히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완성은 '끈기'에서 비롯된다. 열정은 무언가를 시작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끝까지 완성할 수 있는 힘은 하기 싫은 순간에도 묵묵히 할 수 있는 끈기다. '완성 = 열정 + 끈기' 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정이 무언가를 원하는 뜨거운 마음이라면, 끈기는 원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차가운 마음이다. 수영을 잘하고 싶지만 수영은 항상 가기 싫다. 난 하루에도 여러번 그 뜨거움과 차가움을 왔다~갔다 한다.  

결국은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상 이런 목표를 세웠을 때 나는 내가 원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달성해왔다. 아니, 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납득할 만한 충분한 노력을 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난 운동 신경이 뛰어나거나 빨리 배우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것만은 자신 있다. 잘 못하더라도 끝까지 열심히 하는 것은 내 유일한 특기다. 결국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은 이런 나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나 자신이 납득할 만한 노력은 할 수 있다. 여기서 노력이란 단점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하며, 끊임없이 수정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을 말한다.


노력 1) 수영의 모든 동작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간결하고 효율적인 동작이 중요하다. 빨리 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늦게 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나만의 속도를 찾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력 2) 실내 수영장과 강이나 바다 같은 오픈워터 환경은 차원이 다르다. 다른 참가자들과 부딪히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노력 3) 전방을 주시하며 방향을 잡아야 한다. 전방을 주시할 때 생기는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올해 9월, 철인3종 경기에 참가한다. 수영 거리는 1.5km, 시간으로 따지면 약 30분 정도다. 달리기나 자전거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걷거나 멈출 수 있지만, 수영의 한계는 생명과 직결된다. 실제로 매년 오픈워터 경기 중 사망 사고가 발생한다. 작년 이맘때 한강에서 빠져 죽을 뻔하기도 했고, 철인3종 경기 도중 누군가가 안타깝게 물에 빠져 사망하는 뉴스를 보고 수영을 포기했다. 패기나 열정만으로 1.5km를 완주하는 것은 무리다. 실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발을 땅에 딛지 않고 몸의 움직임으로 물의 저항을 뚫고 도착 지점까지 갈 수 있을까? 두렵다. 하지만 이 두려움은 내가 수영을 잘 하고 싶은 동기이다. 멋진 것은 두려움 뒤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