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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하루키 - 그만큼 네가 좋아 / 이지수
mubnoos
2025. 4. 28. 11:57
•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
모든 것은 지나쳐 가고 우리는 어른이 되고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내게는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야망이나 꿈이 딱히 없었다. 그저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얼른 가보리고 싶었을 뿐이다.
• 매료시킨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스타일이었다.
• 청춘의 한복판에 서보기도 전에 청춘을 한바탕 겪은 듯한 느낌을 맛보여주는 소설이었다. 그 습하고 나른한, 떠올리면 조금은 슬퍼지는 세계를 나는 사랑했다. 겪어본 적도 없으면서 자신의 과거처럼 그리워했다. 그렇게 나는 이 책과 함께 십대의 한 시기를 통과했다.
• "근데 내 생각엔 니가 그 염소 같아." 따위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사로 이성의 환심을 사려 했던 때도 있었고,
리포트가 잘 안 써지면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이라는 문장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달랬다.
싸이월드에 접속해서 일기를 끼적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시절에는 "결국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요양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기 요양을 위한 사소한 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을 곧잘 떠올렸다.
물론 맥주를 마시고 화장실 갈 때는 "맥주의 좋은 점은 말이야, 전부 오줌으로 변해서 나와버린다는 거지. 원 아웃 1루 더블 플레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거야."
• 열다섯 살은 하루키의 주인공들을 우상화할 수는 있어도 이해하기에는 벅찬 나이니까. 소화시키지도 못한 째 통쨰로 외워버려서 마음에 엉겨 붙은 문장들이 완전히 융해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지금도 융해되는 중인지 모른다.
그 문장이 나를 데려간 곳
- 『노르웨이의 숲』
• 하루키의 문장은 언제까지고 나를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충직한 개처럼, 끈기 있는 스승처럼, 배신하지 않는 연인처럼.
안됐다면 안됐고 우스꽝스럽다면 우스운 이방인 생활
- 『이윽고 슬픈 외국어』
• 이런 시스템 속에서 내가 적절히 동작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나만 제대로 굴면 서로가 섭섭하거나 불쾌한 경험을 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낮아질 테니까. 그러나 이 세심함의 캐치볼을 능수능란하게 해내기에는 나의 기량이 부족했고, 나만 자꾸만 혹시 내가 다른 사람을 섭섭하게 하지 않았을까 불쾌하게 하지 않았을까 자기 검열을 하게 되었다.
• 내 행동은 늘 어딘가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만 같았다. 모두가 섬세하게 분화된 지느러미로 살랑살랑 헤엄치는 가운데 나만 둔탁한 지느러미로 물살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분. 그리고 그것이 나의 이질성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듯한 느낌. 정말이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이상한 감정이었다.
한밤중에 내게로 오는 자전거 소리
- 「한밤중의 기적에 대하여, 혹은 이야기의 효용에 대하여」
• 우리가 사귄 것은 고작 1년이었지만 헤어지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팬심은 무엇을 어디까지 참게 하는가
- 『기사단장 죽이기』
• 어째서 육아는 더럽게 고생스럽고 피눈물 나게 힘든 일이라고 말해주는 이가 여태 없었을까. 분명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한 모종의 엠바고 같은 것이겠지. 아니면 육아에 뒤따르는 희생을 모성과 부성으로 승화시키려 하는 사회 분위기상 같은 고생담은 경험자들끼지만 쉬쉬하며 나누는 것일 수도 있다.
• 편파적인 사랑이야말로 내가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장 편파적으로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 하루키
파스타를 만들고 재즈를 듣는 남자들
-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 말하자면 내게는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없고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는 슈뢰딩거의 파스타남인 것이다.
반환점에서 기다리는 것은
- 「풀사이드」
앙코르와트를 무너뜨리고 인도의 숲을 태우는 멋지고 기념비적인 사랑
- 『스푸트니크의 연인』
•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행성이었다면 누구 하나는 혹은 둘 다 산산히 부서져서 우주의 먼지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너무 멀지 않은 거리에서 각자의 궤도로 적당히 우주를 돌아다녔고 마침내 결혼에 이르렀다.
직업으로서의 번역가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다
- 『1973년의 핀볼』
•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건 아주 오래전에 죽어버린 시간의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난 이런 글이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거든
- 『무라카미 라디오』 1, 2, 3
소울 브라더, 소울 시스터
-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프'라고 하면 하루키가 '소울 브라더'라고 불렀던 안자이 미즈마루 화백일 것이다. 미즈마루는 하루키와 콤비를 이루어 오랜 세월 그의 에세이에 삽화를 그렸다.
작가에게 바라는 것
- 『양을 쫓는 모험』
•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았어.
에필로그
- 아무튼 뭐라도 써야 한다면